학창시절을 떠올리면, 공부했던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수다 떨고 놀았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모든 기억의 중심에는 언제나 떡볶이가 있다. 초등학생 때는 하굣길에 500원짜리 컵 떡볶이를, 중학생 때는 ‘떡반’을, 고등학생 때는 석식 시간에 ‘매떡’을 사 먹는 재미로 학교를 다녔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학교 앞 분식집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한 입만으로도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학교 앞 떡볶이의 그 맛, 이곳에서 느껴 보자.
면동 떡볶이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면동 떡볶이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맛을 자랑하는 짜장 떡볶이 전문점이다. 면동초등학교 맞은편, 문구점과 학원이 있는 건물에 자리하고 있어 어린이 손님이 매우 많다.
이곳에선 쫄면과 라면 사리를 넣은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 메인 메뉴는 짜장 떡볶이지만, 빨간 떡볶이도 판매한다. 이곳에서 떡볶이 좀 먹어 본 고수들은 짜장 떡볶이와 빨간 떡볶이를 반반 주문하기도 한다. 카운터에서 주문하면,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시작된다. 벽에 붙어 있는 그때 그 시절 아이돌 포스터들을 구경하며 추억 여행을 다녀 오면 음식이 나온다.
대표 메뉴인 짜장 떡볶이를 주문했다. 이곳의 짜장 떡볶이는 비주얼과 맛 모두 독특하다. 우선 국물이 많다. 국물은 꾸덕하지 않고 매우 묽다. 양념이 잘 배어든 밀떡과 얇은 어묵을 국물과 함께 숟가락으로 후루룩 떠먹으면, 어라? 다른 곳의 짜장 떡볶이와는 달리 상당히 매콤하다. 은근한 짜장 맛에 빨간 떡볶이의 매콤함이 가미된 듯한 맛이다. 콧물을 훔칠 정도로 맵기 때문에, 삶은 계란이나 만두, 김밥을 추가하는 걸 추천한다. 한 스푼, 두 스푼 먹다 보면, 맘만 먹으면 하굣길에 언제든지 이 떡볶이를 사 먹을 수 있는 면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부러워진다.
선다래 분식
대학로에 위치한 선다래 분식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떡볶이 맛집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골목으로 들어가면, 정겨운 간판이 바로 보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곳 역시 앞서 소개한 면동 떡볶이처럼 3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분식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벽면의 낙서들이 눈에 띈다. 대학로이다 보니 연극 포스터도 여러 개 붙어 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만두와 김밥, 계란이 포함되어 있는 떡볶이 모둠과 기본 떡볶이, 그리고 순대 떡볶이다.
기본 떡볶이와 순대 떡볶이를 주문했다. 큼지막한 어묵과 쫀득하고 두꺼운 떡이 가득 들어 있다. 순대 떡볶이는 기본 떡볶이와 똑같은 구성에 순대가 추가되어 있다. 떡이 두꺼운 편이나 양념이 겉돌지 않고 속까지 훌륭하게 배어들어 있다. 양념은 매워 보이지만 그다지 맵지 않고, 달콤한 맛이 강하다. ‘분식집 떡볶이’ 하면 바로 떠오르는, 매콤 달달하고 살짝 걸쭉한 국물의 떡볶이를 생각하면 된다. 분식집 떡볶이의 정석이랄까? 밥을 비벼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해 떡볶이 국물에 밥과 참기름, 김가루를 넣어 비빈 메뉴도 마련되어 있으니 주문에 참고하자.
영동 떡볶이
진선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이곳의 떡볶이와 떡꼬치를 한 번쯤은 먹어 보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분식집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동 떡볶이다. ‘떡볶이집’, 상호명 없이 간결한 이 네 글자가 간판을 대신하고 있다.
이곳은 물가 비싼 역삼동에서 3천원으로 떡볶이 1인분을, 2천원으로 떡꼬치를 무려 네 개나 먹을 수 있는 귀한 가게다. 떡볶이, 떡꼬치, 어묵, 라면, 순대, 튀김 등 분식집이라면 꼭 있어야 하는 핵심 메뉴들만 판매한다. 떡볶이는 비닐을 씌운 접시에 담겨 나오고, 떡꼬치는 주문과 동시에 튀기기 시작한다.
떡볶이에는 어묵 없이 떡만 들어 있다. 진한 고추장 맛이 나는데, 그 매콤텁텁한 맛까지도 정겹게 느껴진다. 짭짤하고 꾸덕한 옛날 떡볶이, 바로 그 맛이다. 소스가 상당히 진한 편이라 담백한 어묵 국물과 매우 잘 어울린다. 떡꼬치는 고추장을 많이 넣은 양념치킨의 맛과 비슷하다. 매콤한데 새콤달콤해서 자꾸만 손이 간다. 주문하자마자 튀겨 나오기 때문에 떡이 따뜻하고 말랑할 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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