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 먹으러 춘천이나 갈까? 가끔 하는 말이다. 우동 먹으러 일본 갈 형편은 안 되지만 막국수 먹으러 춘천은 기꺼이 갈 수 있다. 대화의 방점은 '춘천'이 아닌 '춘천막국수'에 있기에 종종 춘천 여행은 춘천막국수에 따라붙는 초라한 신세가 돼 버린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막국수 하면 춘천이다. 전국 곳곳의 막국수 명가에는 죄송하나 춘천에는 맛있는 막국수 집이 너무나 많다. 내 마음속의 ‘춘천막국수’는 ‘**막국수’는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고유명사다.
샘밭막국수(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44)는 최근 가장 애정하는 막국수 집이다. 면이 얇고 고들고들하다고 느껴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최근 다시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삭힌 양념장이 묻은 얇은 면에는 메밀 특유의 고소한 향이 가득하다. 동치미와 사골을 섞어 만든 육수를 살짝 부어 양념을 대충 섞어 먹으면 맛이 기막히게 조화롭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대충 섞어야 양념의 맛이 면의 풍미를 가리지 않는다.
샘밭막국수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44
샘밭막국수는 1970년에 문을 연 전통의 막국수 집이다. 메밀 80% 함량으로 면을 뽑으며, 몇 년 전부터 100% 메밀면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 올림픽공원, 경기 판교, 일산 지점에서도 샘밭막국수의 맛을 볼 수 있다. 본점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막국수 8,000원.
샘밭막국수 직전에 가장 즐겨 찾던 집은 유포리막국수(강원 춘천시 신북읍 맥국2길 123)다. 당시 샘밭막국수의 면이 얇고 고들고들하다고 느낀 것도 유포리막국수에 푹 빠져 있어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유포리막국수의 면은 샘밭막국수보다 확실히 굵다. 양념장에는 대파가 들어가며, 동치미 육수를 사용한다. 시원한 동치미 육수가 들어가면 메밀면임에도 쫄깃함이 살아난다.
유포리막국수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맥국2길 123
유포리막국수는 곱빼기가 아니어도 양이 많은 게 특징. 웬만한 대식가가 아니라면 ‘막국수’면 충분하다. 곱빼기는 메뉴에 없지만 주문하면 면을 산처럼 쌓아 준다. 유포리막국수는 1966년에 개업해 3대째 명맥을 잇고 있다. 막국수 8,000원.
샘밭막국수와 유포리막국수는 춘천막국수의 양대산맥이라 불리기도 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춘천막국수의 선두주자인 두 업소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인증한 ‘백년가게’다. 샘밭막국수와 유포리막국수가 있는 신북읍에는 ‘백년가게’ 막국수 집이 두 곳 더 있다.
명가막국수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상천3길 8
그중 하나는 1983년에 문을 연 명가막국수(강원 춘천시 신북읍 상천3길 8). 적당한 굵기의 80% 함량 메밀면에 북어 등을 우려낸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데 맛이 깔끔하며,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가 특히 맛있다. 소양강댐과 가까워 대중교통으로도 찾기 좋다. 막국수 8,000원.
오수물막국수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맥국2길 15
나머지 하나는 오수물막국수(강원 춘천시 신북읍 맥국2길 15). 1992년에 문을 열어 30주년을 맞았다. 적당한 굵기의 70% 함량 메밀면과 동치미 육수를 사용한다. 보통 막국수는 두 타래, 곱빼기 막국수는 세 타래의 면이 나오는 등 다른 집에 비해 양이 조금 많다. 막국수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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