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서 아파트 경비 업무를 하는 A씨는 최근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가벼운 목감기 증상이 있어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하자 양성 판정이 나왔지만 PCR 검사를 받지 않고 평소처럼 출근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A씨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PCR) 검사를 받으려면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일을 쉴 수 없는 형편이라 (검사를) 포기했다”며 “뚜렷한 증상이 없었고, 경비실에 혼자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 양성 판정에도 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용불안이나 생계유지 어려움 등 격리에 따른 일상 차질 우려에 더해 코로나19에 무뎌진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학조사와 방역패스가 모두 중단된 터라 암수 감염이 확산돼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달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일주일간 격리한 B씨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PCR 검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으로 홀로 사는 B씨는 “정부에서 관리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약국에서 산 종합감기약으로 혼자 버틸 수밖에 없었다”며 “취업 스터디도 빠지게 되니 뒤처진다는 생각도 들고 우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코로나에 걸린 적 없는 친구들은 대부분 PCR 검사를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낮다는 이유로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탓도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34)는 “증상이 경미하다고 하니 예전처럼 확진자가 나와도 격리나 휴식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확진이 돼도 집에서 일하는 직원이 많다. 눈치 보기 싫어서라도 검사를 안 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제빵기사로 일하는 C씨는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일단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관리 직원에게 검사를 받기 위해 오후에 반차를 내겠다고 하니 ‘유난 떤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무뎌진 분위기는 설문 결과로도 확인된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 15일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내가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27.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감염 시 그 결과는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7.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모임을 취소하고 예정된 행사에 불참했다’는 응답은 71.8%로 작년 1월(87.2%)보다 줄었으며, ‘다중이용시설을 자제했다’는 응답 역시 76.4%로 8.4%포인트 하락했다.
정부는 PCR 검사 기피자에 대한 별도의 대책은 없다고 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장은 이날 질병관리청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 특성에 맞게 일상 회복을 해가면서 고위험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며 “국민들도 60대 이상 기저질환 보호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이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검사와 (백신) 접종에 참여하고, 보건용 마스크를 잘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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